[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면접을 망치면 정시에서도 실패할수 있다. 교육부의 대입간소화 정책으로 정시는 수능 위주 평가로 자리를 잡았지만, 교대와 일부 의대 등에서는 여전히 면접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물수능으로 인해 이들 대학에서는 면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간과할 수 없는 정시 면접에 대해 알아보자.

정시에서 면접을 보는 전공 분야는 초등교육과(교대)와 사범대학, 의예과 등에 한정된다. 교대는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면접이 중요하다. 의대의 경우 지난해 유일한 자연계열 수능만점자가 서울대 정시에 떨어져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인성을 검증하는 심층면접을 시행해 당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정시 면접이 있는 의대는 서울대와 건양대, 부산대, 인제대, 서남대 등이다. 서울대 의대는 오는 10일 '다중미니면접'으로 더 잘 알려진 '의과대학 인적성면접'을 실시한다. 서울대 의대의 다중미니면접은 지원자가 총 40분동안 다양항 상황을 제시하는 방 3개와 제출서류 내용을 검증하는 방 1개를 모두 돌아야 하는 '난코스'다. 다중미니면접에서는 수학/과학 지식을 묻기보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상황을 제시한 뒤에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다. 지원자의 지식보다는 미래 의사가 될만한 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 밖에 건양대 의대는 3~6명의 면접위원이 수험생 1~3명을 면접하는 방식이다. 인·적성과 학업능력을 각각 5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5개 등급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인제대 의대는 총점 900점 만점에 수능800 + 학생부80 + 면접20을 반영한다. 학석사통합과정을 선발하는 부산대 의대는 모집단위별 모집인원의 3배수를 면접대상자로 선발한다. 여러명의 면접관이 지원자 1인을 심층 면접하며 면접 시간은 총 30분이다. 20점 만점에 인성과 사회성, 도덕성, 발전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서남대 의대는 면접에 따로 점수를 부여하지는 않고 합격/불합격 여부만 판단한다.

전국 교대·교원대에서는 수시와 정시를 막론하고 면접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초등교사의 탈선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인성’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대는 1월 셋째주에 면접을 본다. 시기별로 한국교원대가 가장 빠른 5일에 치르고, 대구교대와 춘천교대가 13일 면접을 본다. 이어 14일에는 공주·서울·진주교대가, 15일에는 경인·부산·전주·청주교대가, 17일에는 광주교대가 면접을 시행한다.

교대는 일반적으로 1단계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1.5~3배수의 학생들을 선발한 뒤 2단계에 면접을 최대 30%까지 반영한다. 서울교대의 경우 단계별 전형을 실시하는 수시는 2단계에서 면접을 30%나 반영한다. 일괄합산하는 정시의 경우 전형요소별 실질반영비율은 수능 77.4%, 학생부 13.2%, 면접 9.4%로 이뤄지지만, 1~2점차가 당락을 가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접 비중이 적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부산교대 4.3%, 청주교대 3.7%, 공주교대 3% 등으로 면접의 실질반영 비율이 높다.

교대의 면접 질문은 기본적인 교직사명감과 기초지식 이외에도 공동체적 인성을 별도 평가한다. 서울교대는 지난해 A4용지 1장 분량의 제시문을 읽고 나서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했다. 제시문은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실 문을 잠가 길고양이가 굶어죽은 사건을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 쟁점을 담고 있었다. 지원자들에게 자신이라면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대답하게 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정시 면접은 교대와 의대 등 일부에서만 시행하는데다 반영 비중이 높지 않아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인적성 면접을 보는 의대의 경우 면접의 영향이 크다 작다를 떠나서, 의사로서의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